이란-미국 전쟁 재점화, 국제유가 급등 원인과 전망은?

7월 13일,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9%대 폭등했습니다. 4월 휴전, 6월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합의로 진정되는가 싶었던 이란-미국 전쟁이 7월 초 다시 불붙으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터미널 인근 유조선을 타격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통행료 부과 방침까지 내놓자, 국제유가는 물론 국내 증시와 환율까지 동시에 출렁였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유가는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지갑에는 어떤 영향이 오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잠잠하던 전쟁, 왜 다시 불붙었나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갈등은 1979년 이란 혁명과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핵합의(JCPOA) 탈퇴에 따른 제재 재개 등이 겹겹이 쌓여온 결과입니다.

전쟁은 2026년 2월 본격화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동부시간 2월 27일 오후 3시 38분(한국시간 2월 28일 오전 5시 38분경)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를 명령했고, 실제 공습은 한국시간 기준 2월 28일 오후 3시 15분경(이란 표준시 오전 9시 45분) 시작됐습니다. 이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서면서 화물선 150여 척의 발이 묶이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이후 4월 휴전이 발효됐고, 6월 중순에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까지 체결하면서 긴장이 상당히 누그러졌습니다.

그런데 7월 들어 다시 무너졌습니다. 7일 미국이 이란 내 80여 개 표적을 대규모 공습하고 이란산 원유 제재를 재부과했고, 8일에는 양측이 서로 추가 공격을 위협하며 공습이 이어졌습니다. 13일에는 4월 휴전 이후 처음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의 영토를 직접 타격했고, 같은 날 미국은 이란 주요 원유 수출 터미널 인근 유조선을 타격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해상봉쇄 재개와 통행료 부과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15일에는 미군이 해협 선박 보호를 명분으로 2차 공습을 완료했다고 밝혔고, 이란 측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16~17일 현재도 야간 공격이 이어지고 있고, 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협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란-미국 전쟁 재점화 경과 타임라인
이란-미국 전쟁 재점화 경과 타임라인


국제유가, 하루 만에 9%대 폭등

7월 13일 한국시간 기준 오전 시황에서는 WTI가 73달러대, 브렌트유가 78달러대였는데, 뉴욕 시장이 마감된 뒤(한국시간 7월 14일 새벽) 발표된 종가는 이보다 훨씬 뛴 수치였습니다.

시점 WTI 브렌트유
휴전 국면(6월경) - 70달러 초반대
7월 13일 오전(한국시간, 장중 시황) 73달러대 78달러대
7월 13일 뉴욕 마감 종가 78.14달러 (+9.4%) 83.30달러 (+9.6%)
7월 14일 - 87달러 돌파
7월 15일 - 84.50달러


7월 13일 뉴욕 마감가 기준 브렌트유 상승률(+9.6%)은 최근 6년 사이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이었다고 합니다. 14일에는 브렌트유가 87달러를 넘어서며 한 달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15일은 84.50달러로 소폭 조정됐습니다. 그럼에도 16일 기준 한 주간 누적으로는 11%나 폭등한 상태입니다.


유가가 급등한 이유 3가지

왜 이렇게까지 뛰었을까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맞물려 있습니다.

1. 호르무즈 해협 봉쇄·통행 위협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핵심 병목 지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월 13일 해상봉쇄 재개와 통행료 부과 방침을 발표했고, 미국은 이란의 해협 항행 자유 위협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추가 타격을 이어가고 있어 시장의 긴장감이 상당합니다.

2. 원유 재고 소진

미국은 지난 3월 전략비축유(SPR) 4억 배럴 방출 계획을 발표했는데, 7월 16일 시점 이미 4분의 3인 약 3억 배럴을 써버려 남은 재고가 수 주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보유한 민간 재고(약 4억 배럴)도 바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봉쇄가 수개월 이어지면 유가 폭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3. 수송 경로 우회 시도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경로로 하루 약 500만 배럴을 우회 수출 중인데, 전쟁 전 호르무즈 경로 수출량(하루 약 700만 배럴)에는 못 미칩니다. 사우디·이라크·UAE 등은 대체 항구와 우회 송유관 건설을 서두르고 있고, 골드만삭스는 2027년 말까지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량의 45% 이상이, 2028년 말까지는 75%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우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호르무즈 해협이 예전처럼 정상화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제유가 급등을 이끈 세 가지 원인
국제유가 급등을 이끈 세 가지 원인


코스피 폭락과 환율 급등, 국내 증시도 출렁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9%대 폭등했던 7월 중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69.01포인트(8.95%) 폭락하며 6806.93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장중 낙폭이 8%를 넘어서자 서킷브레이커(매매 일시 중단)까지 발동됐고요. 다음 거래일 개장에서도 코스피는 6700~6800선 안팎에서 약세·혼조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490원대 후반~1,530원선을 오가며 급등했습니다. 유가 급등 우려와 맞물려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 속도도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유가 폭등은 무역수지 악화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이어지며 외환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핵심 고리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코스피 급락과 원-달러 환율 급등 추이
코스피 급락과 원-달러 환율 급등 추이


전문가들 "유가 더 오를 수도", 내 지갑엔 언제 영향 오나

전문가들 전망은 대체로 무겁습니다. 웰스파고의 폴 크리스토퍼 국제투자전략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바뀔 때까지는 유가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봤고, 리스타드 에너지의 애널리스트 호르헤 레온은 유가가 다시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와 JP모건은 이란이 실제로 해협을 봉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국내 기름값은 아직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7월 13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당 1,870원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제유가는 수입·수송·정제·유통 과정을 거쳐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므로, 국내 기름값은 앞으로 시차를 두고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로선 원유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7~8월 원유 도입 계획 물량도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수급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물가 쪽은 좀 더 예민하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자물가지수가 7.56% 수준으로 상승합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농산물·신선식품 가격도 물류비 상승 여파로 오름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유·조선·해운 등 에너지 관련주와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는 국면이라,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 정세와 미국의 추가 군사 조치 여부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시차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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