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부동산 세제를 다시 손보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8일 "부동산 세제 문제는 7월께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개편 시점을 설명했습니다.
이후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는 개편의 목표를 분명히 했습니다. "집값을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목표를 '집값 억제'가 아니라 '조세 정상화'로 규정한 겁니다. 현재 주택 관련 조세제도가 "많이 왜곡돼 있고 변형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아 서구 선진국이 하는 것처럼 보유 부담을 주는 게 맞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채를 못 가지게 하지 않지만 상응하는 부담을 갖게 해야 한다"는 발언도 함께 나왔습니다.
명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재정적인 배경도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는 기초지자체에 배분돼 지방 재정으로 쓰이는데, 2024년 기준 서울에서 종부세의 49.9%가 징수됐습니다. 그런데 부동산교부세는 경기·경북·전남 등 비수도권에 더 많이 배분되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개편 논의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인 지역균형발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종부세 납부액의 20%가 농어촌특별세로 자동 과세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종부세가 늘면 정부가 추진하는 농어촌기본소득 재원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주택 보유나 실거주 목적이 아닌 보유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이유가 크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종합부동산세, 어떻게 달라지나
지금 논의되는 종부세 개편 방향은 한 갈래가 아닙니다. 여러 방안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어서 항목별로 짚어보겠습니다.
1. 초고가 주택 구간 세분화와 세율 상향
20억·30억·40억원 등으로 과표 구간을 더 촘촘히 나눠 누진율을 높이고 최고세율을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현행 종부세율은 2주택 이하 0.5~2.7%, 3주택 이상 0.5~5.0%인데, 초고가 주택에 별도 과표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이 거론됩니다.
2. 비거주 주택 공제 축소
비거주 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를 줄이고, 공제 요건에 '거주기간'을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초고가 주택에는 별도 공제 한도를 두는 방안도 함께 검토됩니다.
3.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세율을 국회 입법으로 조정하는 대신, 정부 시행령 사항인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60%)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이 우선 추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세율 인상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두 가지 방식이 함께 거론되고 있고 어느 쪽으로 확정될지는 아직 불명확합니다.
4. 부부 공동명의 세부 조정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납세의무자를 부부가 합의로 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초고가 1주택 기준을 둘러싼 논란
실거주 1주택자는 세 부담을 유지하거나 완화하는 쪽으로 검토되는 게 기본 방향입니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초고가' 1주택자입니다.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초고가 주택은 실거주 1주택이라도 추가 보유 부담을 하는 게 좋으냐"는 질문을 시민들에게 던졌습니다. "그렇다"는 응답 비중이 높았다고 합니다.
기준액으로 30억원이 거론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시가 30억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로 느껴질 수 있는데, 공시가격으로 환산하면 실제로는 10억원대 주택도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되면서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앞서 살펴본 20억·30억·40억원대 구간 세분화 논의와 이 초고가 1주택 기준 논란은 사실상 같은 뿌리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실거주자라도 집값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추가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인데, 정작 그 기준액을 어디에 놓을지를 두고 정부 내에서조차 이견이 있는 셈입니다. 초고가 1주택자에 대한 추가 부담 여부와 구체적 기준액은 7월 14일 시점까지도 확정되지 않았고, 국민 의견 수렴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양도소득세 개편 방향
양도세 쪽은 장기보유특별공제 구조를 손보는 방향입니다.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합계 최대 80%까지 공제해주는 구조입니다. 오래 보유하기만 해도,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상당한 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개편 논의는 '보유기간'에 대한 공제를 줄이고 '거주기간'에 대한 공제 비중을 늘리는 방향입니다. 실제 거주하지 않고 오래 보유만 한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려는 취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종부세 쪽 공제 요건에 거주기간을 추가하려는 흐름과 같은 맥락입니다.
실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 세 부담이 어떻게 갈리나
정부가 이번 개편에서 가장 분명하게 선을 긋는 지점은 '누가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갖고 있느냐'입니다.
실거주 1주택자
초고가 주택이 아니라면 세 부담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일부 완화하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정부·여권은 "실수요자는 보호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학계 일부에서는 보유세 강화 자체가 고령·은퇴한 1주택 실수요자에게는 현금 흐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집값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매년 나가는 처지라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주택자·비거주 목적 보유자
방향은 정반대입니다. 종부세 부담을 높이는 쪽이 유력합니다. 비거주 주택에 대한 공제를 줄이고, 공제 요건에 거주기간을 새로 넣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구윤철 부총리의 발언처럼 "실거주 목적이 아닌 보유에 인센티브를 줄 이유가 없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입니다.
세법개정안, 언제 어떻게 확정되나
일정은 이렇습니다.
7월 12일 보도 기준으로 정부는 7월 14~16일 부처별 공개 토론회를 거쳐, 7월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공개 대토론회에서 개편 방향을 구체화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대토론회를 거쳐 7월 말이나 8월 초 세법개정안(정부안)을 발표하고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게 여러 보도의 공통된 내용입니다.
다만 이 일정은 정부의 계획일 뿐입니다. 정부안이 나온 뒤에도 국회 심의 절차가 남아 있어서, 실제로 어떤 내용으로 통과될지는 이 시점까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시장은 왜 우려하나
개편 방향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려·비판적 시각
국회 김종양 의원실이 2003년 1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가 눈에 띕니다. 보유세를 강화했던 시기에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보유세 강화가 집값 불안을 더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 분석에 대한 학계의 별도 검증이나 반박은 아직 확인되지 않습니다.
학계 일각의 경고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개편안이 실행되면 현재 진행 중인 수도권 집값 과열과 맞물려 과거의 부작용이 반복되거나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세수 통계로 본 현실
지난해(2025년 귀속분 추정) 주택분 종부세는 1조3089억3000만원이 걷혔습니다. 납부 대상자는 53만8439명으로 전년 대비 18.3% 늘었고, 세액도 전년 대비 20.4%(2214억원) 늘어 2년 연속 증가했습니다. 세법 개정이 없었는데도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공시가격 인상만으로 이만큼 늘어난 겁니다.
서울이 전체 납부자의 60.7%(32만6728명)를 차지했고, 1주택자 종부세는 1706억원,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65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에 7월 말 세제 개편안까지 더해지면 세 부담은 한 번 더 늘어날 걸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강화, 윤석열 정부는 완화 — 이번엔 다를까
이번 개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거 정부가 종부세를 어떻게 다뤘는지부터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을 3.2%로 올렸고, 2020년에는 6%까지 한 차례 더 올렸습니다. 2020년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간 종부세 규모가 2배로 늘었고, 이후 2년간 추가로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고 합니다. 5년도 더 지난 수치지만 당시 강화 국면의 규모감을 짐작하게 해주는 참고자료로 볼 만합니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기본공제, 세율, 세부담 상한선 등 여러 요소를 동시에 조정하는 방식으로 강화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갔습니다.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보유 주택 합산 가격) 기준으로 바꿨고, 기존 1.2~6.0%였던 다주택 중과세율을 아예 폐지했습니다. 그 결과 다주택자도 1주택자와 똑같은 기본세율을 적용받게 됐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개편 논의는 결국 윤석열 정부의 가액 기준 체계를 다시 손질해서, 다주택자·비거주 주택에 대한 부담을 재차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게 여러 보도의 공통된 해석입니다.
| 정부 | 정책 방향 | 기간 |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
|---|---|---|---|
| 노무현 정부 | 강화 | 2003.10~2008.2 | +43.0% |
| 이명박 정부 | 완화 | 2008.9~2013.2 | -10.3% |
| 문재인 정부 | 강화 | 2018.9~2022.5 | +12.8% |
| 윤석열 정부 | 완화 | 2022.6~2025.4 | -3.9% |
정상화와 집값 안정, 두 마리 토끼는 잡힐까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강화 국면과 이명박·윤석열 정부의 완화 국면, 그 사이 집값 흐름까지 놓고 보면 앞서 살펴본 김종양 의원실의 분석과 자연스럽게 겹칩니다. 강화 국면에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른 전례가 있다는 지적은 "집값을 잡으려는 게 아니라 정상화"라는 이번 정부의 명분과 맞물려 앞으로도 계속 논쟁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기준액도, 세율 인상 폭도,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채 7월 23일 대토론회와 7월 말 세법개정안 발표를 향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거주 1주택자냐, 초고가 주택이냐, 다주택이냐에 따라 이번 개편의 체감 온도는 상당히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