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는 로드맵 발표 배경과 개념, 원화의 국제적 위상, 그리고 4대 추진전략 중 인프라 구축과 수요 확충을 살펴봤습니다. 2편에서는 나머지 두 축인 유동성 공급 확대, 리스크 관리체계, 그리고 정부가 제시한 기대효과를 정리합니다.
세 번째 전략, 원화가 밤에도 마르지 않게 하는 유동성 공급
외환시장이 24시간 열리고 역외에서 원화 거래가 자유로워져도, 정작 그 시간에 원화를 조달할 곳이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정부가 세 번째 전략으로 유동성 공급 확대를 내세운 이유입니다.
1. 야간 역외 유동성 공급체계 구축
1단계는 민간 유동성입니다. 외국환은행이 역외결제시스템에 참여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원화 유동성을 제한 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합니다. 외국 금융기관은 일시차입(Overdraft) 방식으로 결제에 필요한 원화를 외국환은행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됩니다.
2단계는 공공 백스톱입니다. 야간 시간대 역외 결제망 내 자금수요를 감안해 한국은행이 추가 유동성을 제공할지 검토하고, 한은 시스템이 고도화되기 전까지는 외평기금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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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역외 유동성 공급체계, 2단계 구조 |
2. 증권결제 원화 유동성 개선
국제기준에 맞춰 담보관리체계를 개선하고, 결제촉진대금 납부 예상치를 사전에 제공하는 등 부담완화 방안을 마련합니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차입 규제도 2026년 9월 완화됩니다. 외국환은행은 원화차입 한도를 별도로 구분해 확대하고, 외국계 증권사 국내법인은 차입 기준금액을 상향하며, 지금은 차입이 제한된 외국계 증권사 국내지점도 일반 거주자와 같은 기준으로 차입이 허용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내은행의 결제 유동성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외국계 금융기관에 일중당좌대출을 내줄 때 위험가중자산(RWA) 산정방식 같은 자본부담 기준도 함께 명확히 안내한다고 밝혔습니다.
3. 커스터디은행 역량 강화
2027년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의 업무범위에 커스터디업이 새로 생깁니다. 신탁업은 자산 소유권이 신탁은행 명의로 넘어가지만, 커스터디업은 소유권이 투자자에게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결제·보관·환전 등을 관리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외국인 국내투자 수탁실적과 원화 유동성 공급능력 등을 기준으로 커스터디 선도은행을 지정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2027년 검토됩니다. 한국은행이 외국 중앙은행 등에 제공 중인 수탁업무 중 환전·여유자금 운용 업무를 선도은행에 위탁하는 방식이 예로 제시됐습니다. 정부·한은과의 공동 로드쇼, 글로벌 수탁은행과의 제휴지원도 함께 추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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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탁업과 커스터디업, 자산 소유권 구조 차이 |
4. 원화 무역금융 확대
한-중 통화스왑 자금을 무역금융에 쓰는 방식(한은이 스왑라인으로 상대국 중앙은행에 원화를 공급하면, 상대국 중앙은행이 자국 은행을 통해 수입자에게 원화를 대출하고, 한국 수출자는 원화로 대금을 받는 구조)을 다른 국가로 확산합니다.
방산·원전처럼 해외정부와 맺는 구매계약에서 원화 결제 비중이 높으면 수출금융 금리를 우대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수출입은행이 현지은행에 전대금융을 제공할 때 달러뿐 아니라 원화로도 신용한도를 주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2026년 하반기 시행됩니다.
네 번째 전략, 원화 국제화의 안전판을 만드는 리스크 관리
1편에서 짚었듯 원화 국제화가 진전되면 글로벌 충격이 국내로 전파되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네 번째 전략으로 리스크 관리체계를 내세운 배경입니다.
1. 대외안전판 확충
시장 중립적 방식으로 외환시장 안정 여력을 점진적으로 늘립니다. 공공부문의 외화자산이 유사시 외화 유동성 공급수단 역할을 하도록 기능을 강화하는 이른바 '제2의 외환보유액' 방안은 2026년 하반기 마련됩니다. ASEAN+3 역내 다자간 통화스왑(CMIM) 실효성 제고 등 국가간 통화스왑도 강화합니다.
2. 외환시장 안정화정책 고도화
2026년 7월 외환시장 모니터링·대응체계를 고도화했습니다. 재경부·한은의 야간 모니터링 데스크가 야간 시간대 가격 급변동, 호가 스프레드, 거래량, 환율 괴리 등을 실시간 점검하고, 역외원화결제망 참가기관과도 실시간 소통하며 상황에 맞게 대응수단을 조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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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모니터링 데스크의 실시간 점검 항목 |
3. 외환건전성 관리체계 재설계
모니터링·시스템리스크 관리·위기대응체계 전반을 역외 원화시장을 고려한 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되, 초기에는 역외 원화시장 활성화를 저해하지 않도록 탄력적으로 추진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개별 역외원화결제기관의 가용 원화유동성, 조달가능 규모, 원화표시 자산·부채 비율 등을 상시 점검하는 모니터링 지표는 2027년 신설됩니다. 역외 유동성 부족이 국내 자금시장 조달금리 상승으로 전이되는 상황 등을 국내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비율과 스트레스 테스트에 반영하는 방안도 2026년 하반기 검토됩니다.
4. 거시경제정책간 유기적 연계
원화 국제화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는 지점은 네 갈래입니다. 외국인의 국채 보유 확대로 재정경로와의 연계가 강해지고, 역외 원화유동성 영향으로 통화정책의 대외 파급이 커지며, 비거주자 원화거래·역외 익스포저 확대로 금융감독 범위가 넓어지고, 역외 유동성의 일시 매각 등으로 거시건전성 리스크도 커질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재정·통화·감독·건전성 정책간 유기적 대응체계를 상시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원화 국제화가 현실화되면 뭐가 달라지나?
정부는 로드맵에서 개인·수출입기업·금융기관·외국인투자자 네 그룹의 체감 변화를 현재와 개선 후로 나눠 제시했습니다.
| 구분 | 현재 | 개선 후 |
|---|---|---|
| 개인(여행) | 은행에서 미리 환전, 카드 결제시 수수료 부담 | 금융앱 QR코드로 별도 환전 없이 결제, 카드 수수료도 절감 |
| 개인(해외투자) | 야간 미국주식 투자시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환율'로 환전해 계획한 만큼 매수하지 못함 | 야간에도 실시간 시장환율로 환전, 다음날 정산 절차도 불필요 |
| 수출입기업 | 수출대금 환전비용 발생, 계약 후 달러가치 변동으로 실질수입 변동 | 원화로 계약·수취해 환전비용·환리스크 감소 |
| 금융기관 | 외국인의 접근성이 낮아 국내 고객 위주 영업에 그침 | 원화 관련 영업 비교우위로 비즈니스 기회 확대, 연계상품 개발로 경쟁력 제고 |
| 외국인투자자(거래시간) | FOMC 발표(한국 새벽시간)를 봐도 외환시장이 새벽 2시 마감이라 환전 불가 | 시간 제약 없이 24시간 원하는 때 환전 가능 |
| 외국인투자자(거래상대방) | 선진국 투자는 런던·뉴욕 은행과 거래하지만 원화는 한국 금융기관에 별도 계좌 필요 | 평소 거래하던 런던·뉴욕 은행에 원화계좌 개설해 원화 차입 후 한국 주식투자 가능 |
네 그룹의 사례 모두 결국 핵심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없앤다'는 것입니다. 새벽에 환전을 못 해 발을 동동 구르던 상황, 원화 계좌 하나 트려고 별도 절차를 거치던 번거로움이 로드맵이 완성되면 사라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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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 국제화 4대 추진전략 핵심 과제 |
이 로드맵에 담긴 과제들은 대부분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시행됩니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처럼 이미 2026년 7월 6일자로 시작된 과제가 있는가 하면, 커스터디업 신설이나 스테이블코인 국경간 결제 제도화처럼 2027년에야 윤곽이 잡힐 과제도 있습니다.
두 편에 걸쳐 살펴본 것처럼, 원화 국제화는 한 번에 완성되는 정책이 아니라 인프라·수요·유동성·리스크 관리라는 네 가지 핵심 동력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메커니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