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국제화 로드맵, 24시간 외환시장과 역외 결제망

원화 국제화 로드맵 (1), 24시간 외환시장과 역외 결제망

정부가 7월 19일(일)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한국예탁결제원이 함께 마련한 정책입니다.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바꾸겠다는 것이 이 로드맵의 핵심 목표입니다.

두 편으로 나눠서 1편은 발표 배경과 개념, 그리고 2편에서는 4대 추진전략 중 인프라 구축·수요 확충을 다뤄보겠습니다.


정부가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꺼내든 이유

예고는 이미 몇 주 전부터 있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월 8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달 중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과 외국인 자금 유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채권·주식시장을 아우르는 종합 안정대책의 하나로 이 로드맵을 준비했다는 설명입니다.

발표 당일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이 정책의 의미를 무겁게 규정했습니다. "원화 국제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유지해온 외환정책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도 "외환위기를 예방하는 것이 전제였다면, 원화 국제화는 국제화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모두 누리겠다는 정책 전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0년 가까이 이어온 '자본유출 방어' 중심의 보수적 외환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원화 국제화 로드맵 발표 핵심 발언
원화 국제화 로드맵 발표 핵심 발언


원화 국제화, 정확히 뭘 하겠다는 걸까?

원화 국제화란 무엇일까요? 로드맵이 정의한 개념은 간단합니다. 외국인들이 해외(역외)에서 원화를 조달하고 활용하는 데 제약이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역외에 원화 거래·결제 인프라가 갖춰지고 제도적 제약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상·자본거래에서 원화가 널리 쓰이고 외국인이 원화를 원활히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로드맵이 제시한 최종 목표는 원화를 규제통화(Restricted Currency)에서 자유교환통화(Freely Convertible Currency)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3대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①원화 거래 인프라 구축과 제도 정비 ②원화 거래 수요 확충과 유동성 공급 확대 ③리스크 관리체계 구축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중 ①번과 ②번의 수요 확충 부분을 다룹니다.

정부는 원화 국제화가 성숙되면 기업의 환전·환헤지 비용이 줄고, 외국인의 자본시장 접근성이 개선돼 자본시장이 양적·질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부작용 가능성도 정부 스스로 짚었습니다. 국내 외환시장과 글로벌 금융시장 간 연계가 확대되면 글로벌 충격의 전파속도가 빨라지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전환되는 원화 국제화 개념도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전환되는 원화 국제화 개념도


원화의 현재 국제적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원화는 지금 국제무대에서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을까요? 로드맵은 세 가지 통계로 이를 짚었습니다.

기준 원화 순위 비고
외환거래량(BIS, 2025.12) 세계 12위(약 1.8%) 2025년 한국 GDP 순위(13위, 1.6%)와 대체로 부합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보유통화(IMF) 8위권 추정 IMF Working Paper(2022) 보조통계 기반 추정치
SWIFT 결제통화 20위권 밖(0.3% 이하) 국내결제에 자체망(BOK-Wire)을 쓰는 국가 특성상 낮게 나오는 경향


BIS 기준 12위는 한국 경제 규모와 대체로 맞아떨어지는 수준입니다. 반면 SWIFT 결제통화 기준으로는 순위가 크게 낮은데, 정부는 이 통계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중국·일본처럼 자국 내 결제에 자체 결제망을 쓰는 나라는 SWIFT 통계에서 실제보다 낮게 잡히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원화의 국제적 통용성·태환성은 아직 주요 통화 대비 미흡한 수준이라고 정부도 인정합니다. 다만 세계 2위 규모의 원화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시장을 통해 환헤지와 차익거래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BIS 주도의 블록체인 기반 국제결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아고라'에 정식 멤버로 참여하게 된 것도 원화 위상을 높일 계기로 꼽힙니다.

원화 NDF 시장 규모와 프로젝트 아고라 참여
원화 NDF 시장 규모와 프로젝트 아고라 참여


원화 국제화를 가로막아온 제약들

그렇다면 원화는 왜 아직 자유교환통화가 되지 못했을까요? 로드맵은 제약 요인을 제도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으로 나눠 짚었습니다.

1. 제도적 제약

외환시장 운영시간이 그동안 글로벌 영업시간 전체를 포괄하지 못했습니다(다만 이 부분은 2026년 7월 6일자로 24시간 개장이 이미 시행됐습니다). 외국인이 원화를 결제하려면 국내 외국환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했고, 역외에서 원화 자본거래를 하려면 사전신고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2. 현실적 제약

뉴욕·런던 등 국제금융중심지와 시차가 있다 보니, 현지 낮시간대(한국 밤시간)에는 원화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려웠습니다. 미국 달러화를 제외한 모든 통화가 현지 밤시간에는 거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또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역외 NDF 시장이 있다 보니, 오히려 실물이 오가는 역외 원화거래 활성화를 저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 달러화 중심의 강한 네트워크 효과, 무역대금 결제 등 경상거래에서 저조한 원화 수요도 걸림돌로 꼽혔습니다.

원화 국제화를 가로막는 제도적·현실적 제약 요인
원화 국제화를 가로막는 제도적·현실적 제약 요인


첫 번째 전략, 역외 원화거래 인프라 구축과 외환제도 개선

1.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은행간시장 현물환·FX 스왑 운영시간이 기존 새벽 2시 종료에서 24시간 운영으로 전환됩니다.

구분 기존 개선
운영시간 09시~다음날 새벽 2시 월요일 06시~토요일 06시(서머타임 기준) 무중단 운영
매매기준율 산정 MAR(09시~15시30분 거래 가중평균) TWAP(16시 전후 5분 거래 추출평균), 2027년 1월 적용


야간에 별도 전문인력 없이 자동 거래가 가능하도록 eFX(전자거래) 가이드라인을 2026년 8월 마련합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자산 평가에 주로 쓰는 글로벌 벤치마크 환율인 WMR에도 원화 편입을 추진합니다. 

2. 역외원화결제시스템 구축

「역외원화결제기관」(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 중 재경부에 사전 등록한 기관)을 이용하면 외국인간 원화거래를 제한 없이 할 수 있게 됩니다. 외국인은 국내에 계좌를 열지 않고도 해외 소재 역외원화결제기관 내 본인 원화계좌로 거래가 가능해지고, 자본거래 사전신고도 면제됩니다.

미국 자산운용사가 뉴욕 은행에 원화계좌를 열어 한국 채권 투자자금을 운용하거나, 독일 자동차부품회사가 한국 협력업체에 원화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식의 거래가 가능해지는 구조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를 뒷받침할 「역외원화결제망」(가칭)을 새로 구축해, 24시간 시차 없는 결제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NDF 거래를 실물인도(DF) 거래로 유도하는 인센티브 방안도 2026년 9월 마련됩니다.

역외원화결제기관을 통한 외국인간 원화거래 구조도
역외원화결제기관을 통한 외국인간 원화거래 구조도


3. 외환거래 규제 완화

외국환거래법령상 자본거래 사전신고 기준금액을 2배 이상 대폭 상향합니다. 구체적 방안은 2026년 9월 마련해 연내 규정 개정을 추진합니다. 역내계정에서 역외계정으로 자금을 이체할 때의 자율한도 상향도 검토하고, 외국 금융회사가 개별 펀드 단위가 아니라 회사 단위로 실명확인을 받아 외환매매거래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규정 개정도 추진합니다. 복잡하게 나뉜 원화계정 구조도 통합·간소화하고, 사전신고 중심 체계를 사후보고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됩니다.

4. 디지털 자산 결제 인프라 마련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국경간 거래 근거를 마련합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맞춰 「외국환거래법」 등을 2027년 개정할 예정입니다. 한은 기관용 CBDC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실증 시범사업도 2027년 추진됩니다. 한국은행은 예금토큰·CBDC 기반 인프라인 '프로젝트 한강' 추진 경험을 살려 '프로젝트 아고라'에도 정식 참여합니다.

두 번째 전략, 원화거래 수요를 늘리는 방법들

1.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권시장 접근성 제고

MSCI 로드맵의 자본분야 과제(총 25개) 중 22개는 이미 완료됐습니다. 남은 3개 과제는 예탁원 결제시스템을 국제표준(CTM·ALERT)과 연계해 매매내역 수기 확인 방식을 자동화하는 것(2027년), 투자자 식별번호를 IRC에서 LEI·여권번호로 전환하는 것(2026년 하반기), 코스피 전 상장사로 영문공시를 의무화하는 것(2027년 3월, 현재는 자산 2조원 이상 대상)입니다. 2026년 7월부터는 주요 글로벌 자산운용사·투자은행과 정례 소통하는 '글로벌 핵심 투자자 협의체'도 운영합니다.

MSCI 로드맵 자본분야 잔여 3개 과제
MSCI 로드맵 자본분야 잔여 3개 과제


2. 원화 자산 활용도 제고

담보목적 대차거래 활성화를 위한 영문 가이드라인을 2026년 8월 배포합니다.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내에서 외국인간 국채·통안채 대차거래도 허용해 매매·담보·RP 중심이던 거래 범위를 넓힙니다. 비거주자가 일시적으로 보유한 원화를 단기 금융상품에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외국중앙은행·국제금융기구의 기관간 RP시장 참여도 허용합니다.

3. 원화 경상거래 인센티브 확대

무역거래에서 원화로 결제한 기업에는 정책금융 금리 인하, 원화매출채권 할인율 우대, 무역보험 한도우대 등을 검토합니다. 수출지원사업 등 정부예산 지원사업 대상기업을 선정할 때도 원화결제 실적·확대계획을 우대요소로 반영합니다.

4. 현지통화 직거래체계(LCT)와 QR 결제연동, Project Nexus

LCT는 양국 지정은행을 통해 달러 환전 없이 상대국 통화로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체계입니다. 한-인도네시아 직거래 체계가 2024년 9월 출범했고, 교역규모·산업구조 등을 고려해 잠재 수요가 큰 국가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국가간 QR 결제연동도 확대됩니다. 양국 국민이 상대국 방문 시 달러 환전 없이 평소 쓰던 모바일 결제 앱으로 즉시 결제하는 방식으로,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보다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정부는 설명합니다. 인도네시아는 2026년 4월 서비스를 출시했고 인도·베트남과도 협약을 맺었으며, 싱가포르·태국 등으로 확대를 추진 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아시아 역내 신속지급결제 네트워크인 Project Nexus 참여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인도·태국 등이 참여 중이며 2027년 실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지통화 직거래체계(LCT)와 국가간 QR 결제연동 확대 현황
현지통화 직거래·QR 결제연동 확대 현황



다음 편에서는 원화 유동성 공급 확대 방안과 다층적 리스크 관리체계, 그리고 이 로드맵이 개인·기업·금융기관에 가져올 기대효과 사례를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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