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합의금은 치료비가 무조건 전액 나오는 게 아니라 과실비율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치료비 처리 규정과 과실비율 산정 기준, 12대 중과실, 실제 계산 예시를 정리합니다.
1편에서는 위자료와 휴업손해·상실수익액을 어떤 산식으로 계산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치료비는 과실과 무관하게 전액 나온다"는 통념이 2023년부터 왜 절반만 맞는 말이 됐는지, 그리고 과실비율이 실제로 어떻게 정해지고 배상액에 반영되는지 정리합니다.
4. 치료비, 과실비율과 상관없이 전액 나올까?
가. 2023년 이전: 과실과 무관하게 전액 지급
과거에는 과실 정도와 무관하게 상대방 보험사가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는 게 원칙이었습니다.
나. 2023년 1월 1일부터: 경상환자(12~14급) 과실책임주의 도입
금융감독원이 2022년 12월 26일 발표한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라, 2023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사고부터는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에 한해 치료비에도 "과실책임주의" 원칙이 도입됐습니다. 대인배상Ⅱ(임의보험) 치료비 중 본인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보험(자기신체사고·자동차상해 특약)이나 자비로 처리해야 합니다.
처리 방식은 병원에 치료비를 우선 전액 지급한 뒤, 나중에 본인 과실분을 보험사 간에 정산(환수)하는 구조입니다. 함께 시행된 조치로 경상환자가 4주를 초과해 치료받으면 진단서 제출이 의무화됐고, 자기신체사고 특약 보상한도도 상향됐습니다(예: 14등급 40만원 → 80만원).
예외도 있습니다. 보행자(이륜차·자전거 포함)는 본인 과실이 있어도 종전대로 치료비 전액이 보장됩니다. 상해등급 1~11급 중상환자에는 이 과실책임주의가 아예 적용되지 않아, 과실과 무관하게 대인배상Ⅰ·Ⅱ 한도 내에서 전액 지급되는 종전 방식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 대인배상Ⅰ 한도 내에서는 치료비 부족분도 채워준다
대인배상Ⅰ(책임보험) 한도 내에서는 과실상계 후 금액이 치료관계비에 못 미치더라도, 치료관계비만큼은 전액 보상하는 게 원칙입니다. 대법원 2014. 8. 28. 선고 2012다118273 판결이 자동차보험 약관의 이 조항을 다룬 사건입니다.
이 원칙은 앞서 설명한 2023년 경상환자 특칙과는 적용 범위가 다릅니다. 대인배상Ⅰ 한도 내 원칙은 "한도 안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규정이고, 2023년 경상환자 특칙은 "한도를 넘는 초과분까지 우선 내준 뒤 나중에 과실분만 구상하는" 규정입니다.
5. 과실비율은 어떻게 정해지고 배상액에 어떻게 반영될까?
가. 과실상계 원칙과 배상액 계산 흐름
과실비율은 민법의 과실상계 원칙, 즉 손해 발생에 피해자 쪽 과실도 있으면 그 비율만큼 배상액에서 공제한다는 원칙에 뿌리를 둡니다. 실무에서는 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손해보험협회가 만든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이 보험사와 법원 모두에서 참고 기준으로 쓰입니다.
배상액 계산 흐름은 이렇습니다. 치료비·휴업손해·위자료·상실수익액을 모두 합산해 총 손해액을 구한 뒤, 그 총액에서 피해자 본인의 과실비율만큼을 공제합니다. 예를 들어 총 손해액이 1,000만원이고 피해자 과실이 20%라면, 배상액은 1,000만원 × (1 − 0.2) = 800만원이 기준이 됩니다(치료비는 4장에서 설명한 대인배상Ⅰ 한도·경상환자 예외가 별도로 적용됩니다).
나. 사고 유형별 기본 과실비율
손해보험협회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 도표([차41-1],[차43-2]) 기준 · 수정요소 반영 전, 단위: %
| 사고 유형 | 과실 비율 |
| 후미추돌(추돌사고) — 피추돌차 : 추돌차 | 0 : 100 |
| 진로변경(차로변경) — 진로변경차(선행) : 직진차(후행) | 70 : 30 |
후미추돌은 추돌 차량의 전방주시 태만·안전거리 미확보(도로교통법 제19조 안전거리확보 의무)를 이유로 일방과실 100%가 인정됩니다. 진로변경 사고는 진로변경 차량이 후행 차량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조작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반영해 70%가 잡히지만, 후행 차량에도 전방주시로 감속·제동해 사고를 피할 주의의무가 있어 30%가 남습니다. 진로변경 신호를 늦게 켜거나 아예 켜지 않았다면 여기에 최대 10%p가 추가로 가산될 수 있습니다.
다. 과실비율에 불복하면?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
과실비율에 보험사가 불복하면 손해보험협회에 설치된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에서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심의는 3단계로 진행됩니다.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 심급별 평균 처리기간
accident.knia.or.kr 공식 통계 기준, 단위: 일
| 단계 | 처리 주체 | 평균 소요일 |
| 대표협의회 | 보험사 실무자 간 합의 | 41.4 |
| 소심의위원회 | 변호사 1~2인 심의 | 61.1 |
| 재심의위원회 | 변호사 4인 재심의 | 112.8 |
각 단계 결정 후 14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라. 12대 중과실 — 합의해도 형사처벌 피할 수 없는 사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단서는 아래 12개 사유에 해당하는 사고(사람이 다친 경우)라면,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형사처벌(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면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 신호기·경찰공무원의 신호 또는 통행금지·일시정지 안전표지 지시 위반
- 중앙선 침범, 불법 횡단·유턴·후진
-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초과한 속도위반
- 앞지르기 방법·금지시기·금지장소 위반 또는 끼어들기 금지 위반
-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 무면허 운전(국제면허증 미소지 포함)
- 술에 취한 상태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의 운전
- 보도가 설치된 도로에서 보도 침범 또는 보도 횡단방법 위반
- 승객 추락 방지의무 위반
-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의무 등을 위반해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 화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운전한 경우
6. 배상액 계산 예시
앞서 정리한 산식을 실제 숫자에 대입해보면 계산 구조가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아래는 가정 수치를 적용한 계산 예시이지, 실제 사례가 아닙니다.
상해등급 8급(위자료 30만원 정액), 통원치료 없이 10일 입원, 1일 수입감소액 10만원, 피해자 과실비율 20%인 사고를 가정해보겠습니다.
- 위자료: 30만원(정액, 상해등급 8급 기준)
- 휴업손해: 10만원 × 10일 × 85% = 85만원
- 치료비: 실제 발생액 전액(대인배상Ⅰ 한도 내라면 과실비율과 무관하게 전액 보상 — 8급은 중상환자 구간이라 2023년 경상환자 과실책임주의 대상이 아닙니다)
- 위자료와 휴업손해 합계 115만원에 과실비율 20%를 적용하면, 배상액은 115만원 × 0.8 = 92만원이 기준이 됩니다(치료비는 별도로 전액 처리되는 게 원칙입니다)
실제 합의금은 진단서 문구, 과실비율 확정 여부, 향후치료비 포함 여부에 따라 이 예시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